[4.23]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하여 교수채용비리 근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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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균관대분회 작성일20-04-24 13:57 조회3,509회 댓글0건본문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하여 교수채용비리 근절하라
교수임용을 미끼로 비정규교수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대전 모 국립대 정규직교수 두 명의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비정규교수가 정규직교수에게 수년간 수억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갈취 당했던 사연을 언론에 제보한 것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골절상을 입을 정도의 가혹행위를 자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고 서정민 강사가 논문 대필과 금전 요구를 죽음으로 고발한 것이 2010년의 일이다. 서 강사는 54편의 논문을 대필하고도 교수임용을 미끼로 3억원의 금전까지 요구받았다.
임용 비리는 드러나지 않는 일이 훨씬 많다. 논문을 대필해주고, 뇌물을 바치고, 가혹행위를 당하고, 영혼까지 다 내어준 뒤에라도 정규직교수만 된다면, 비리는 누구도 드러내고 싶지 않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임용에 얽힌 비리를 폭로했다면, 그는 정규직교수의 희망을 다 내던지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거대한 용기를 낸 것이다. 그렇게 빙산의 일각만큼도 못되게 노출되는 교수임용 비리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대학은 이미 복마전의 악명을 갖기에 충분하다.
연루자 모두 대필과 뇌물이 잘못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비정규교수라는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려는 간절함은 잘못을 분간 못하게 되고, 대학이라는 복마전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규직교수의 오만한 욕망은 잘못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었다.
정규직교수는 수입이 비정규교수의 5∼10배에 달하고, 대학원생을 노비처럼 거느릴 수 있으며, 대학의 주인으로 군림할 수 있다. 비정규교수는 열악한 수입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면서 유령처럼 대학을 겉돌고 있다. 모든 일은 비정규교수의 삶이 지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비인간적 차별 때문에 대학이 썩고, 학문이 망가지고, 공동체의 미래가 좌절된다.
교수 채용 비리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들이 적지 않다. 학과 교수들의 깜깜이 임용 심사개선과 재단의 불투명한 임용 개입 근절 등 제도적 개혁 과제들도 적지 않다. 대학에 만연한 연고주의와 패거리주의 혁파 등 민주적 개혁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규교수의 처우 개선이다. 정규직교수의 횡포에도 영혼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은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구제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대학을 살리고, 학문을 바로잡고, 공동체의 희망을 소환하는 길이다.
2020.4.23.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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